의지력이 아니라 환경이 행동을 바꾼다
사람들은 흔히 새로운 습관을 만들거나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의지력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행동 변화는 의지력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습니다. 같은 사람이 다른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의지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속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반면, 환경을 적절하게 설계하면 무의식적으로도 원하는 행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환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실생활에서 환경을 활용하여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환경이 행동을 결정하는 이유
사람들은 종종 "나는 의지가 약해서 운동을 꾸준히 못 한다"거나 "다이어트를 하려고 해도 자꾸 실패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의지력이 아닙니다. 우리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는 환경이 그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손이 갑니다. 반면,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어두면 사용 시간이 줄어듭니다. 환경이 다르면 행동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이를 "선택 설계"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건강한 음식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면 사람들은 더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초콜릿과 과자가 계산대 앞에 있다면 충동적으로 군것질을 하게 됩니다.
또한, 사람들은 기본 설정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자동으로 가입되는 연금 제도가 있다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연금에 가입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반면, 연금 가입을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면 가입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이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노력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인지적 게으름)’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즉, 환경을 바꾸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행동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환경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히 의지력에 기대기보다, 환경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환경을 변화시켜 습관을 만드는 방법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의지력에 의존하기보다 환경을 먼저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원하는 행동을 쉽게 만들기
사람은 불편한 행동을 피하고, 쉬운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하는 행동을 쉽게 만들면 행동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습관화하고 싶다면 운동복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거나, 운동 기구를 거실에 배치하면 좋습니다.
비슷한 원리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면 책을 책장에 꽂아두기보다 테이블이나 침대 옆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책을 집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 됩니다.
2) 원하지 않는 행동을 어렵게 만들기
반대로, 피하고 싶은 행동은 어렵게 만들어야 합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앱을 삭제하거나, 스마트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군것질을 줄이고 싶다면 과자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거나, 집에서 아예 사두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행동 경제학에서는 이를 ‘마찰 비용’이라고 합니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덜 하게 됩니다. 따라서 나쁜 습관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환경적 신호를 활용하기
우리의 행동은 환경에서 오는 신호(cue)에 의해 결정됩니다. 특정한 장소나 물건이 특정한 행동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를 더 집중해서 하고 싶다면 ‘공부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고, 침대에서 공부하는 습관을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침대는 잠자는 장소로만 인식되어야 합니다.
또한, 특정한 향기나 음악을 특정한 행동과 연결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음악을 들을 때마다 독서를 한다면, 그 음악이 독서를 촉진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을 적절히 설계하면 의지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원하는 습관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환경을 활용한 행동 변화 사례
환경을 바꾸면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오피스 환경에서 생산성 높이기
직장에서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책상 정리를 먼저 해보세요. 연구에 따르면, 책상이 어지러워져 있을 때보다 정돈된 환경에서 더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또한,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멀리 두거나, 집중력을 높이는 조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건강한 식습관 만들기
과일을 더 많이 먹고 싶다면 과일을 투명한 그릇에 담아 눈에 보이는 곳에 두세요. 반대로, 과자나 초콜릿은 깊숙한 서랍 안에 보관하면 섭취량이 줄어듭니다. 작은 환경 변화만으로도 식습관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3) 디지털 중독 줄이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앱의 위치를 변경하거나, 흑백 모드로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컬러풀한 화면보다 흑백 화면이 사용자의 관심을 덜 끌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처럼 환경을 바꾸는 것은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큰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행동을 바꾸기 위해 강한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행동은 의지력보다는 환경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원하는 행동을 지속하려면 환경을 적절히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하는 행동을 쉽게 만들고, 피하고 싶은 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환경적 신호를 활용하여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결국, 행동 변화는 우리가 얼마나 의지를 발휘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자신의 환경을 점검하고,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주변을 재설계해 보세요!